공연예술계소식

[예술과 삶] 대기업 팀장교육과 장학생 반부패 교육

관리자
2025-03-06
조회수 34

2월 졸업 시즌이 오면 눈앞에 떠오르는 단상이 하나 있다. 인하대 후문 부근 용현동성당 지하에 6년 2개월간(2004.12~2011.2) 존재했던 시민교육연극센터에서 겪은 일이다.

여름방학에 개최한 ‘대학생을 위한 교육연극워크숍’에 참가했던 인하대 공대 남학생이, 뭔가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환하게 웃으며 센터 안으로 들어왔다. 직접 만들었다며 필자 눈앞에 공손히 내민 것은 큰 접시에 담긴 얇고 커다란 부침개 한 장. 오랜만이라 반갑기도 했지만 접시 위 부침개 한 장과 추워서 빨개진 공손한 손가락들… 상황이 재미있었다. 어쩐 일인지 사연을 듣고 보니, S중공업에 취업했고, 계열사 신입사원 전원이 받는 교육프로그램이 여름방학에 선생님께 배운 교육연극워크숍이어서 자신감 있게 잘 마쳤고, 졸업식에 온 김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려고 부침개를 부쳐 왔다는 것이었다. 자신감에 차 있는 사회초년생 청년의 언 손을 마주 잡고 진심으로 축하하며 필자도 매우 감사했다.

청년이 취업한 S대기업과는 1992년 처음 교육연극을 우리나라에 소개할 때 인연이 있었다.

연극교육(theatre education)과 달리, 영국에서 처음 개발한 교육연극(educational theatre)은 연극을 촉매제로 창의적으로 고안해 낸 주입식의 정반대 사람교육방법과 교수법혁신기능이 있다. 전국에 보급하느라 다양한 대중매체를 통해 1차 홍보를 마치고 ‘교육계 또는 연극계에서 연락이 오려나?’하고 기대하고 있는데, 뜻밖에 S기업 인력개발원에서 첫 연락이 왔다. S인력개발원의 수장 MIT공학박사를 만나보니, 효율적인 업무혁신을 위해 여직원의 커피심부름부터 없애고, 계장 과장 부장을 거치는 비효율적인 결제방식을 버리고 부장이 팀장이 되는 팀장제 도입을 위해 시도해왔으며, 그 결과 팀장을 맡아야 할 부장이 가장 변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고, 졸지 않을 부장 교육방법으로 교육연극을 택했다는 것이다. 교육연극은 교육 대상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고안이 되어 있어서 가만히 앉아 교육 받는 수동적인 주입식이 아니므로 제대로 짚은 것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 신입사원 교육프로그램까지 확대된 것을 청년의 언 손과 부침개 한 장으로 확인하니 감개무량하였다.

잘 알려진 중소기업 A의 기획실 장학생교육프로그램 담당 직원의 연락을 받은 적도 있었다. 매년 전국에서 형편이 어려운데 공부 잘하고 장차 공무원이 되려는 60명을 장학생으로 선발하는데, 방학 중에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주제로 3박4일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창업주의 장학생교육 의도는 청렴한 공무원이 될 대학생을 키워서 나라의 미래를 밝게 하는 데 기여하겠다는것이었다. 그런데 교육담당자는 학생들이 ‘공부만 잘하면 됐지, 왜 방학에 3박4일이나 교육받아야 하는가?’라는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게 부정부패 척결을 가르치는 방법을 심사숙고한 끝에 교육연극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대학생이 60명이나 되니 부담이 되었으나 자신감을 가지고 출강하였다. 교육을 마치고 1주일 뒤 두툼한 우편물 봉투를 받았다. 60명 장학생에게 받은 앙케트 조사를 모아 보내준 것이었다.

교육담당자에게 감사 전화를 했더니, 그는 앙케트 조사 결과 60명 중에 내성적인 한 명만 애매한 답이었고, 59명은 ‘재미있었다’ ‘이런 교육은 매년 받아도 좋겠다’ ‘의미 있고 보람찬 방학 시간이었다’ 등 모두 긍정적이었다며, 교육연극 선택이 옳았다고 성취감에 찬 목소리로 다음 워크숍에도 출강해 줄 것을 의뢰하였다.

그때 그 학생들이 창업주의 바람대로 부디 전국 곳곳에서 부정부패하지 않는 청렴한 공무원이 되어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하리라 믿는다.

/박은희 연출가·전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

출처 : 인천일보(https://www.incheonilbo.com)

대표 박정의   |   주소 (02833)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 8, 서울연극창작센터 3층 301호
사업자등록번호 101-82-63003

대표전화 02-765-7500   |   메일 stheater@stheater.or.kr

사무처 근무 시간
월요일 ~ 금요일 
(주말 및 공휴일 휴무)
오전 10시 ~ 오후 7시 (점심시간 오후 12시 ~ 1시)


copyright(c) 2017 Seoul theater Associ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