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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반론, 혹은 변명 - 고재열 기자
  • 작성자 : 서울연극협회
  • 2012-08-19
  • 조회수 :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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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반론, 혹은 변명 - 백승무 ‘차이는 차별과 다름, 고재열의 '반상차별론'에 대한 반론, 혹은 변명’에 대한 재반론 혹은 해명 

연극IN 3호에 게재한 칼럼, ‘왕후장상의 연극이 따로 있나-가치의 발견에는 경계가 없다’에 대해 연극평론가 백승무 님께서 ‘차이는 차별과 다름-고재열의 '반상차별론'에 대한 반론, 혹은 변명’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내왔다. 일단 부족한 글에 진지한 반론을 보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백승무 평론가가 보내준 글은 반론이라기보다는 필자가 보지 못한 연극계 이면을 지적한 보론의 성격이 강했다. 연극계에 한 발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방외자 입장에서 쓴 글에 대해 연극계 본류의 입장을 대신 전한 것으로 해석했다. 풀어서 말하자면 필자는 관객의 입장에서 접근한 것이고 백승무 평론가의 반론은 창작자의 입장에서 ‘변명’한 것이다. 

 

‘대중극’ ‘상업극’ ‘통송극’으로 불리는 ‘오픈 런 공연’의 장점을 활용하자는 필자의 주장에 대백승무 평론가는 ‘역할과 기능이 다르고, 자질과 특성이 이질적인 두 경향을 무리하게 저울대에 올려 균형을 잡으려 하고, 균형이 맞지 않으면 통섭의 이름으로 혼종교잡까지 해야 한다는 그 논지는 무리이고 억지이다’라고 비판했다. 이 부분은 장점을 활용하자는 것을 ‘혼종교잡’으로 과잉해석한 것이 아닌가싶다.  

 

“다음 ‘용어정리부터 하자. 대중성에 대한 정의가 어려운 점을 감안한다면 ‘대중극’보다는 ‘오픈런 공연’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라고 했는데, 이 부분은 수긍하기 어렵다. 연극을 구분하는 방법론에서 시기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나눈다는 것은 수긍하기 힘들다. <염쟁이 유씨>와 같은 작품은 오픈런으로 공연되고 있지만 작품성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지 않나? 무 자르듯 명확한 구분법은 없겠지만 시기적 구분은 수긍하기 어렵다.   

 

평론가들이 오픈런 공연을 외면하는 이유에 대해 백승무 평론가는 “한국 연극평단의 특성상 보통 개막 첫 달에 비평이 쏟아진다. 이것 또한 레퍼토리 극장이 전무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따라서 개막 초기에 비평의 눈에 띄지 않으면 리뷰 수혜(?)를 받기가 사실상 힘들어진다...  당장 써야할 단기 정극도 많은 데 오픈런까지 오지랖을 넓히는 평론가는 극히 드물다. 생계형 전문평론가가 없기 때문이다. 2순위, 3순위 작품까지 필력을 발휘할 생산력 높은 평론가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연극평론 시장의 부재’를 원인으로 지목했는데 여기에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연극 시장의 위축과 연극평론의 부재는 궤를 같이 한다. 어느 순간 연극은 문화의 변방으로 밀려났다(연극이 변방으로 물러나서 연극 지면이 좁아진 것인지, 연극 보도가 줄어서 연극의 쇠락을 부채질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상파 방송에서도 역시 연극은 변방으로 밀려났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연극을 잘 만든다고 해서 연기를 잘 한다고 해서 연극의 메시지가 강력하다고 해서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기는 극히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대학로에서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아무리 연출을 잘해도, 아무리 극본을 잘 써도 대중이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간에 매개체가 되어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백승무 평론가는 “우리 사회에 대중적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진 연극평론가가 없다는 건 불행 중 불행이다. 그나마 공연(연극이 아니라)전문기자가 몇몇 있다는 게 최악을 면해주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지만 이미 최악이다. 지금 연극계는 움츠려 있다. 뮤지컬 시장이 지방 공연장까지 두루 대작뮤지컬을 공연할 만큼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우리 연극계는 최소한의 시장을 지켜내고 있다. 물론 ‘시장 내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연극영화과 학생들도 많다. 요즘 대학로에 가보면 딱 봐도 연극영화과 학생들로 보이는 관객이 많다. 그러나 다른 예술 장르가 동원으로 학생들을 공연장에 이끄는 것에 비해 자발적으로 이끄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시장 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유의미한 관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대학로 연극에 경의를 표한다. 

 

백승무 평론가는 “비평의 역할은 연극수준을 높이고 그 역량을 강화, 관극문화를 고양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평이 이런 역할을 목적으로 삼지는 않는다. 역할이란 목적을 추구한 결과로 따라오는 효용과 공익이다...  오픈런이 그 대중성과는 무관하게, 그 진지함과 진정성과는 무관하게, 예술 서열의 말단에 위치하는 것은 엄연한, 그리고 당연한 사실이다. 반상차별론이 상업극의 경제적 욕망(?)을 정당화하는 탕평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비평의 영역에는 ‘발견’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임권택이 어떤 영화감독이었나? 출발부터 그가 예술영화 감독으로 인정받았던 것은 아니다. 그도 기계적으로 상업영화를 찍어내는 감독 중 한 명일뿐이었다. 그러나 그를 끝없이 발견해주는 노력에 그는 진정성으로 화답하고 거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대학로 대중극 중에 발견해줄 만한 작품이/연출이/배우가 한 명도 없었을까? 

 

그리고 “오픈런이 경제적 욕망 너머를 욕망한다면 과욕이다. 포도를 따려면 제 손에 쥔 사과부터 버려야 한다... 메이커의 네임벨류를 키워야 한다. 고선웅의 [뽕짝]을 두고 손가락질 하지 않는다. 메이커가 고선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뽕짝]은 맥락을 가진다... 생계고에 찌들리는 정극 연출가들은 자주 오픈런의 유혹을 받는다. 그래도 안 한다. 예술과 상업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걸 가르친 선생들이 ‘웬수’다. 배고픔은 정극 연출가들의 자존심이고 숙명이다. 덕분에 비평이 관심을 가진다”라고 설명했다. 

 

이 말을 듣고 보니 한국적 연극 현실에서 비평의 역할에 하나가 더해지는 것 같다. 바로 ‘위무’다. 연극적 순수성을 지켜온 연극인들에게 비평이라는 위무가 가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관객몰이에 혈안이 된 연극에까지 이런 위무를 해줄 필요는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고선웅을 고선웅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스스로 고선웅이 되지 못할 때, 고선웅이 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을 발견해 줄 수는 없을까? 

 

백승무 평론가는 정극과 대중극의 선긋기를 명확히 한다. “정극 연출가는 관객에게 아부를 하는 게 아니라 싸움을 거는 기질을 가졌기 때문이다. 비평 눈치도 보고 자신의 경제적 욕망이 들통날까봐 자기검열도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오픈런 비법 몇 개를 갖다 쓰라고 주는 건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주는 행위와 뭐가 다른가. 먹고살기 힘들다고 미친소를 키울 수는 없지 않는가”  

 

그러나 이런 선긋기가 역으로 정극 연출가들의 창작성을 가둘 수도 있다고 본다. 그것이 국가권력이든 상업주의든 자기검열은 감옥이다. ‘평론가들이 어떻게 볼까?’ ‘이런 방법은 정극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편법이 아닐까?’ ‘정극 연출가는 이런 것은 안돼’라고 인식하는 것이 있다면 이것이 또 상상력의 감옥이 되지는 않을까?

 

어찌되었건 백승무 평론가의 말대로 만병통치약도 없고 즉효약도 없다. 그래서 그의 글이 반론이 아니듯, 이 글도 재반론이 아니다. 답은 극본에, 연출에, 연기에 있을 것이다. 연극계 방외자로서 미력이나마 보태기 위해서 본 연극은 트위터에 페이스북에 블로그에 열심히 소개하고 있다. 쓴 만큼 만든 만큼 해낸 만큼 연극인들이 인정받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서울연극협회 12-08-19 10:26
 
고재열 기자님의 연극에 관한 애정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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